살아있는 도시, ‘디지털 트윈’

김 윤지 블로그 0 Comments

내 모습을 똑같이 만들어낸 마네킹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내가 아프거나 나이를 들어갈 때 마네킹도 그에 따라 똑같이 변해갈까요? 당연히 ‘아니죠’. 살아있는 인간의 몸은 여러 장기와 혈액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시간이 지나감에 따라 키가 크기도 하고 노화가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겉모습이 같다고 해도 내부 구성 요소와 정보가 없으면, 또 변화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없다면 모형에 불과합니다.

이 이야기를 도시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모형 도시를 만든 ‘ 미국 메사추세츠주 보스턴’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디지털 시티를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 개발되기 훨씬 이전인 1980년대, 미국의 보스턴시는 목재를 이용하여 다운타운의 모형을 만들었습니다.

▲ Boston Wooden Model

그 당시 이 복제 모형은 도시 설계자와 개발자가 향후 도시를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죠. 보스턴 시가 당시 복제 모형을 만들면서 힘썼던 이유는 미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시립 공원인 ‘Boston Common’을 위해서입니다. 1970년대 사회 운동가들은 공공장소의 일조권 침해에 대항하여 시위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 초까지 메사츄세츠 주 정부는 새로운 건축물이 시민들의 자랑거리이자 사랑을 받는 공원의 일조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는 Boston Common Shadow Law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 Boston Common Park

Boston Common Park

최근의 건설붐과 함께 시 정부는 공원 옆에 위치한 공영 주차장을 민간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계획개발청(BPDA·Boston Planning & Development Agency) 담당자는 Boston Common의 일조권 영향을 재검토 해야했습니다. 그동안 도시에 많은 변화가 이뤄졌기 때문에 1980년에 만들었던 나무 모형은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고 당연히 그 복제 도시로는 일조권 평가를 할 수 없었습니다.

▲ Boston Common Shadow Law

나무 도시 모형은 일반인들이 보기엔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더 이상 시 정부의 정책 참고 자료로는 활용할 수 없었습니다. 건축물의 특성이나 건축 자재에 대한 정보 혹은 나무와 바람같은 실제 환경 요소 정보를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폭우나 태풍으로 인한 자연재해가 일어난다면 어느 곳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뮬레이션을 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목재 모형 도시에 이런 내용을 적용해보려면 많은 노동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작업이 됐을 것입니다.

그래서 보스턴 시 정부는 어떤 방안을 떠올렸을까요?

2016년 11월 주차장 부지 개발업체는 BPDA에 개발 계획을 발표합니다. 그 계획은 Boston Common Shadow Law의 높이 제한을 초과하는 약 236m 높이의 Withrop Square Tower를 건설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서울의 남산타워와 동일한 높이입니다. 시내 한복판에 이런 고층 건물이 올라가게 되면 주변 공원의 일조권을 침해하게 됩니다. 그 결과 보스턴 시청과 매사추세츠주 의사당에서의 해당 건설 계획에 대한 토론의 주요 아젠다는 건축물의 높이와 그림자 영향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보스턴 시장은 Marty Walsh는 해당 건축물이 보스턴시에 재정적 이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그림자 법의 완화를 위해 로비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시 정부는 그림자 제한을 완화하는 대신, 개발업체에게 많은 예산이 필요한 공원 및 공공 주택 관리를 하도록 했습니다.

BPDA가 그림자법 완화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디지털 트윈’을 통한 일조권 평가로 데이터 기반으로 과학적이고 분석적으로 건물 개발의 영향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BPDA는 GIS의 3D 모델링 기능과 Esri의 전문 서비스를 활용했습니다. 두 기관의 협업으로 정확한 3D 모델을 만들어 그림자를 분석하고 새로운 지역의 개발 영향을 평가하는 도구를 완성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타워는 개발업체가 최초 발표했던 계획에 비해 약 24m 이상 낮아졌습니다. 수정된 건물은 새로운 일조권 관련 규정을 준수하며, Great Hall이라고 부르는 건물의 로비 공간을 시민에게 개방하도록 했습니다.

▲ 보스턴 그림자 평가 맵

맵 페이지로 이동해 하단에 있는 썸네일을 클릭하고 다양한 시각화 맵을 탐색하세요.

– Start: Withrop Square Tower와 주변 지역을 3차원으로 시각화한 맵
– Existing Shadow: 건축 전 그림자 영향 평가 지도
– Proposed Shadow: 건축 후 그림자 영향 평가
– Time Difference: 건축 전후 그림자 영향 차이 비교

프로젝트 평가

BPDA의 도시개발평가부서에서는 해당 건축물에 대한 높이, 용적률, 건폐율, 사용 요건 등의 준수 여부를 검토해야 했습니다. BPDA 담당자, 유관기관 담당자, 커뮤니티 구성원 등의 협업이 이루어졌고, 이 단계에서 디지털트윈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건물에 드리워지는 그림자를 시각적으로 빠르게 나타냄으로써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협업은 원활하게 진행되었고, 그림자 범위와 지속시간 등의 수치데이터는 정성·정량적 분석에 기본 바탕이 되어 측정지수 평가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 115 Winthrop Square 허브 사이트

목제 모델을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지만 물리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디지털 트윈을 도입했으며 이는 도시를 분석하고 의사 결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Carolyn Bennett, 지형 공간 데이터 매니저

프로젝트는 일회성으로 종료되지 않았습니다.

담당자는 프로젝트 관계 부서 간 협업과 커뮤니티의 참여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오픈데이터 플랫폼인 허브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담당자, 주소, 높이 규모 등 기본정보를 포함하여, 그림자 영향 평가를 통과한 건물의 3D맵까지 제공합니다. 향후 이니셔티브에 대한 데이터 공유, 시민의견 수집 등을 위한 항목이 업데이트 되면, 진정한 허브의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보스턴 시에서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는 오픈데이터와 Vision Zero 이니셔티브에 대해 알아볼까요?

Open Data

보스턴 시는 데이터 투명성을 위해 공간 데이터의 상당 부분을 오픈하고 있으며 BPDA 또한 업무에 오픈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합니다. 오픈데이터는 필지 구역, 용도 지구, 자전거 도로 등 데이터를 포함하며, 분석 데이터는 보스턴 시의 주요 관심 문제인 해수면 상승 정도에 대한 예측 데이터가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도 공공데이터 포털, 국가공간정보 포털 등 다양한 기관에서 데이터를 오픈하고 있습니다. 어떤 유형의 데이터를 어디서 수집해야 하는지 모르신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 Boston 오픈데이터 사이트

Vision Zero

LA는 시민 참여 기반의 스마트시티를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로 교통사고 발생률 0%를 만들기 위한 ‘Vision Zero’ 이니셔티브를 설정했습니다.

LA 뿐만 아니라 보스턴 시에서도 ‘Vision Zero’ 이니셔티브를 설정해 지표를 모니터링하고 시민과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보스턴 시는 다른 여러 도시에 비해 비교적 양호한 수치를 보유하고 있으나 Walsh 시장은 해마다 발생하는 사망자와 중상자 수치에 대해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2030년까지 심각한 교통 사고 발생률 0건을 목표로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이니셔티브를 설정했습니다.

▲ Boston Vision Zero

디지털 트윈 기반의 다양한 분석

디지털 트윈을 구축한 보스턴 시는 그림자 연구뿐만 아니라 홍수 예측 지역, 공유 자전거, 자율 주행 차량 등에 대한 분석 수행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디지털 트윈에 사용된 데이터나 분석 결과, 프로젝트의 진행사항 등을 오픈해 누구나 널리 사용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협업할 수 있도록 사용자 친화적으로 도시를 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개발자에게 의존하는 작업이 아닌 도시 계획 담당자가 활용할 수 있는 GIS 기반의 디지털 트윈 도시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Corey Zehngebot, BPDA 수석 건축가

디지털 트윈은 여러 분야에서 수집되는 다양한 데이터 기반의 문제 분석과 예측을 가능하게 합니다. 보스턴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디지털 트윈은 단순한 3D 모델 구축이 아닌 공간 분석, 부처간 협업, 의사 결정을 가능하도록 지원한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디지털 트윈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시다면 여기를 클릭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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